물을 열심히 마시고 보습제도 꼼꼼히 바르는데 피부가 당기고 건조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시기가 있었다. 처음엔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가 싶었다. 가습기를 켜고 보습제를 더 진한 걸로 바꿔봐도 세수하고 나면 금방 다시 당기는 느낌이 돌아왔다. 화장을 하면 들뜨고 갈라지는 느낌이 심해졌고, 심한 날은 얼굴을 움직일 때마다 피부가 터질 것 같은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데도 피부가 건조하다면, 피부 표면이 아니라 몸 안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
물을 마셔도 피부가 건조한 흔한 이유
물을 충분히 마셔도 피부가 건조한 가장 흔한 원인은 피부 장벽 손상이다. 피부 장벽이 무너지면 아무리 수분을 공급해도 금방 증발해버린다. 세정력이 강한 비누, 뜨거운 물로 오래 씻는 습관, 알코올 성분이 있는 화장품이 피부 장벽을 반복적으로 손상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계절 변화와 실내 환경도 흔한 원인이다. 겨울철 히터, 여름철 에어컨은 실내 습도를 급격히 낮춰 피부 수분을 빠르게 빼앗아간다. 비행기 안처럼 극도로 건조한 환경에서 피부가 순식간에 당기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단순 수분 부족으로 넘기면 안 되는 이유
보습제를 열심히 발라도 피부 건조가 해결되지 않거나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몸 안의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갑상선 기능 저하 —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하면 피부 세포 대사가 느려지고 피지 분비가 줄어들면서 피부가 극도로 건조해진다. 아무리 보습제를 발라도 금방 건조해지고, 피부가 두껍고 거칠어지는 느낌이 든다면 갑상선 기능 저하를 의심해볼 수 있다. 추위를 많이 타고, 변비가 잦으며, 머리카락이 빠진다면 함께 확인해보자.
- 아토피 피부염 — 아토피가 있으면 피부 장벽 기능이 선천적으로 약해 수분이 쉽게 빠져나간다. 보습제를 발라도 금방 건조해지고, 특정 부위가 가렵고 붉어지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아토피 피부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피부가 예민했거나 가족 중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면 가능성이 더 높다.
- 쇼그렌 증후군 — 자가면역 질환인 쇼그렌 증후군이 있으면 외분비샘이 공격받아 침, 눈물, 피부 분비물이 줄어들면서 피부가 극도로 건조해진다. 피부 건조와 함께 눈이 모래알 같이 까끌거리고, 입이 항상 마르며, 음식을 삼키기 힘들다면 쇼그렌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 영양 결핍 — 필수지방산(오메가3), 비타민 A, 비타민 E가 부족하면 피부 세포막이 약해지고 수분 유지 능력이 떨어진다. 극단적인 저지방 다이어트를 오래 유지한 경우 피부가 급격히 건조해지는 경우가 많다.
- 당뇨 — 혈당이 높으면 신장에서 수분 손실이 늘어나고 말초 혈액순환이 저하되면서 피부가 건조해진다. 소변이 잦고, 갈증이 심하며, 피부가 건조하고 가렵다면 혈당 상태를 확인해보자.
생활 속에서 먼저 확인해볼 것들
- 세안 방법 바꾸기 — 뜨거운 물로 세안하면 피부 보호막인 피지막이 씻겨 나간다. 미지근한 물로 짧게 세안하고 세정력이 강한 폼 클렌저 대신 순한 젤 클렌저나 오일 클렌저로 바꿔보자. 세안 후 물기를 닦기 전에 바로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수분 증발을 막는 핵심이다. 나도 세안 후 30초 이내에 보습제를 바르는 습관을 들이고 나서 피부 당김이 눈에 띄게 줄었다.
- 보습제 성분 바꾸기 — 수분만 공급하는 제품보다 피부 장벽을 강화하는 세라마이드, 히알루론산, 판테놀 성분이 함께 들어간 제품이 효과적이다. 알코올, 향료, 방부제 성분이 많은 제품은 피부 장벽을 자극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 실내 습도 유지하기 — 자는 공간과 생활 공간의 습도를 50~60%로 유지하자. 가습기가 없다면 젖은 수건을 방 안에 걸어두거나 물 컵을 여러 곳에 두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난다.
- 필수지방산 섭취 늘리기 — 등 푸른 생선, 견과류, 아보카도, 올리브오일을 꾸준히 챙기면 피부 세포막을 강화하고 수분 유지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오메가3 보충제를 2~3개월 꾸준히 복용하면서 피부 변화를 관찰해보자.
- 샤워 시간과 온도 줄이기 — 뜨거운 물로 오래 샤워하면 피부 보호막이 손상된다. 미지근한 물로 10분 이내로 샤워하고, 샤워 직후 물기가 남아 있을 때 바로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경우엔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 보습제를 열심히 발라도 피부 건조가 한 달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
- 피부 건조와 함께 눈이 까끌거리고 입이 항상 마른다
- 추위를 많이 타고 체중이 늘면서 피부가 갑자기 건조해졌다
- 특정 부위가 반복적으로 가렵고 붉어지며 건조함이 심하다
- 소변이 잦고 갈증이 심하면서 피부 건조가 지속된다
쇼그렌 증후군은 류마티스내과에서 혈액 검사와 침샘 조직 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는 혈액 검사로 간단히 확인된다.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과에서 정확한 진단과 함께 스테로이드 연고나 면역조절제로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피부 건조는 피부 문제가 아니라 몸 안의 신호일 수 있다
물을 열심히 마시고 보습제를 아무리 발라도 피부가 당기고 건조하다면 피부 표면이 아니라 몸 안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맞다. 세안 방법을 바꾸고 필수지방산을 챙기는 것이 먼저지만, 눈 건조, 입 건조, 추위 과민이 함께 나타난다면 갑상선과 자가면역 상태를 확인받는 것이 다음 단계다.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