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를 오래 쓰고 나면 손목이 시큰거리고 묵직한 느낌이 드는 날이 있었다. 처음엔 그냥 오래 일해서 피로한 거겠지 싶었다. 하루 쉬면 나아지다가 다시 일하면 반복되는 패턴이 이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쉬어도 시큰거림이 가시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도 손목이 뻐근하게 남아 있는 날이 생겼다. 심한 날은 컵을 드는 동작에서도 손목이 찌릿하게 아팠다. 단순히 많이 써서 생기는 피로라고만 보기엔 증상이 일상까지 파고들기 시작했다.
손목이 시큰거리는 흔한 이유
손목 시큰거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반복적인 동작으로 인한 손목 주변 힘줄과 인대의 과부하다. 마우스 클릭, 스마트폰 타이핑, 요리, 청소처럼 손목을 반복적으로 구부리고 펴는 동작이 누적되면 힘줄과 인대에 미세한 손상이 쌓인다. 이 경우는 충분히 쉬면 나아지지만 자극이 반복되면 만성화되기 쉽다.
손목 자세도 중요한 원인이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할 때 손목이 꺾인 자세를 오래 유지하면 손목 안쪽 신경과 힘줄이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아 시큰거림과 저림이 생긴다.
단순 과로로 넘기면 안 되는 이유
손목 시큰거림이 휴식 후에도 나아지지 않거나 특정 동작에서 심하게 아프다면 구체적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드퀘르벵 건초염 — 엄지손가락 쪽 손목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엄지를 손바닥 안에 넣고 주먹을 쥔 뒤 손목을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꺾을 때 극심한 통증이 온다면 드퀘르벵 건초염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아기를 자주 안는 엄마, 스마트폰을 엄지로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흔하게 나타난다.
- 손목 터널 증후군 — 손목 안쪽 신경이 눌리면 손목 시큰거림과 함께 엄지, 검지, 중지가 저리고 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밤에 증상이 심해지고, 손을 털면 일시적으로 나아지는 패턴이 특징이다. 컴퓨터 작업이 많은 직장인에게 특히 흔하게 나타난다.
- 손목 건초염(일반) — 손목 힘줄을 감싸는 건초에 염증이 생기면 손목 전체가 시큰거리고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진다. 손목 부위를 누르면 아프고 약간 부어 있는 경우가 많다.
- 손목 관절염 — 손목 관절 연골이 닳거나 류마티스 염증이 생기면 손목이 시큰거리고 붓고 아프다. 아침에 손목이 뻣뻣하고 30분 이상 지속되며 좌우 대칭으로 여러 관절이 아프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 손목 인대 손상·삼각섬유연골 손상 — 손목을 과도하게 비틀거나 넘어지면서 손을 짚은 후 손목 안쪽 깊은 곳이 시큰거리고 아프다면 삼각섬유연골 손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손목을 돌릴 때 통증이 심하고 악력이 약해진 느낌이 든다면 확인이 필요하다.
생활 속에서 먼저 확인해볼 것들
- 손목 자세 교정하기 — 키보드와 마우스 사용 시 손목이 꺾이지 않고 일직선이 되도록 높이를 조정하자. 손목 받침대(팜레스트)를 사용하면 손목이 뜨지 않고 중립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도 손목 받침대를 사용하기 시작한 뒤 퇴근 후 손목 시큰거림이 눈에 띄게 줄었다.
- 1시간마다 손목 스트레칭 — 손바닥을 앞으로 밀어 손목을 뒤로 젖히는 동작, 주먹을 쥐었다 천천히 펴는 동작을 1시간마다 30초씩 반복하자. 짧은 스트레칭이지만 힘줄과 신경의 압박을 해소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
- 스마트폰 사용 습관 바꾸기 — 엄지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면 드퀘르벵 건초염이 생기기 쉽다. 스마트폰 링 홀더를 사용해 손목 부담을 줄이고, 가능하면 검지로 화면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바꿔보자.
- 손목 보호대 활용 — 손목 시큰거림이 심한 시기에는 야간에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면 수면 중 손목이 꺾이는 것을 막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손목 터널 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야간 착용이 특히 효과적이다.
- 온냉 찜질 활용 — 급성 통증이 있을 때는 냉찜질로 염증을 줄이고, 만성적인 시큰거림에는 온찜질로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손목을 따뜻한 물에 담갔다가 스트레칭하면 굳은 힘줄이 빠르게 풀린다.
이런 경우엔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손목 시큰거림이 2주 이상 지속되고 휴식을 취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 엄지 쪽 손목을 누르면 극심하게 아프고 부어 있다
- 엄지, 검지, 중지가 저리고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
- 손목을 돌릴 때 깊은 곳에서 통증이 오고 악력이 약해졌다
- 손목이 부어 있고 아침에 뻣뻣함이 30분 이상 지속된다
드퀘르벵 건초염과 손목 터널 증후군은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에서 초음파 검사로 확인하고 주사 치료나 물리치료로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삼각섬유연골 손상은 MRI로 확인하고 손 전문 정형외과에서 치료 방향을 잡는 것이 좋다.
손목 시큰거림은 참을수록 만성화되는 신호다
손목이 시큰거릴 때 그냥 참고 계속 사용하면 급성 염증이 만성 건초염으로 굳어지기 쉽다. 자세를 교정하고 스트레칭 습관을 들이는 것이 먼저고, 2주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맞다. 손목은 일상에서 쉬게 해주기 가장 어려운 부위인 만큼 초기에 잡는 것이 중요하다.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면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